비단 위에 되살아난 고전의 상상력… 리강 작가가 그리는 새로운 한국화의 세계

이지예 기자

leessm7@gmail.com | 2026-07-07 00:04:06

전통은 과거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감각으로 다시 태어날 때 더욱 빛난다. 비단 위에 섬세한 필선과 화려한 채색을 쌓아 올리는 공필화 작가 리강은 이러한 가능성을 자신만의 작품 세계로 증명하고 있다.

 

▲ 리강 작가의 개인전 'LIGANG PAINTS HORSES'의 도록 출처 '조선기렵도' 2026

 

리강 작가는 최근 개인전 '李剛畵馬(LIGANG PAINTS HORSES)'를 통해 말과 기마인물, 수렵 장면 등을 소재로 한 신작들을 선보이며 한국화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말'이라는 소재다. 작가에게 말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역동성과 생명력, 인간의 이상과 문명의 발전을 상징하는 존재다. 이러한 상징은 고구려 수렵도에서 영감을 받은 기마 장면과 결합해 독창적인 서사를 만들어낸다.


특히 리강 작가는 역사적 고증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실제 역사와 상상력을 넘나들며 복식과 장비, 인물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여기에 오방색을 기반으로 한 강렬한 색채를 더해 자신만의 '고전 판타지'를 완성한다. 이는 과거를 복원하는 작업이 아니라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예술적 시도다.


작품은 대부분 비단(견본)에 채색하는 전통기법으로 제작된다. 비단은 종이보다 훨씬 섬세한 재료로, 작은 붓끝 하나에도 긴 시간과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수없이 겹쳐 올린 선과 채색은 작품 속 인물의 의복 문양과 말의 근육, 털 한 올까지도 정교하게 표현하며 공필화 특유의 깊이와 품격을 보여준다. 작품마다 전통 재료가 가진 은은한 결이 살아 있어 화면 전체에서 독특한 긴장감과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대표작인 '기마수렵도', '조선기렵도', '건괵영웅'등은 질주하는 말과 매, 사냥개가 함께 등장하며 역동적인 화면을 연출한다. 반면 '남모공주', '준정-질투의화신'에서는 여성 기마인물을 전면에 배치해 기존 역사화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새로운 상징성을 담아냈다.

 

▲ 리강 작가의 개인전 'LIGANG PAINTS HORSES'의 도록 출처 '남모공주' 2026

 

리강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대학원 동양화과 석사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예술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중국 노신미술대학교 연구과정 등을 거치며 동양회화 연구를 이어왔다. 현재 공필화 교육과 다양한 국제교류 활동을 통해 전통 동양화의 저변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또한 《공필화 입문》 시리즈를 비롯한 저술과 영화·그림책 삽화 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공필화는 매우 가는 선으로 형태를 정교하게 그린 뒤 수십 차례 채색을 반복하는 동양화 기법으로, 높은 숙련도와 긴 제작 시간이 요구되는 분야다. 특히 비단 위에 그리는 견본채색은 재료의 특성상 난도가 높아 전통 동양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기법으로 평가받는다.

 

▲ 리강 작가의 개인전 'LIGANG PAINTS HORSES'의 도록 출처 '기마수렵도' 2023

 

리강 작가는 이러한 전통 기법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새로운 시각 언어를 구축하며,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상상력이 공존하는 작품 세계를 꾸준히 확장해 나가고 있다.

 

[뉴스다컴 =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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