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영웅은 어떻게 집으로 돌아오는가…영화 ‘오디세이’가 건네는 삶의 질문
승리와 상실, 죄책감과 사랑을 품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한 인간의 귀환
이지예 기자
leessm7@gmail.com | 2026-08-09 00:00:49
영웅의 이야기는 대개 승리로 끝난다. 적을 물리치고 명예를 얻으며, 마침내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러나 영화 ‘오디세이’는 그 이후를 바라본다.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를 이끈 오디세우스는 전쟁 영웅이 됐지만, 그 승리의 대가로 긴 귀환의 여정을 떠나게 된다. 그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단순히 가족에게 돌아가기 위한 여행이 아니다. 전쟁에서 자신이 내린 선택과 그 선택이 남긴 상처, 잃어버린 시간과 사람들을 마주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트로이 목마 작전은 오디세우스를 영웅으로 만든 결정적인 순간이지만, 동시에 그에게 가장 무거운 흔적을 남긴 선택으로 그려진다.
전쟁에서는 이겼다.
그러나 그 승리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한 나라가 무너졌다. 승리라는 결과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희생과 죄책감이 남는다. 영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기만 하는 인물도, 자신의 행동을 영웅적인 업적으로만 기억하는 인물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한 선택의 결과를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 무게를 짊어진 채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그의 귀환은 그래서 더욱 인간적이다. ‘영웅’이 아닌 ‘한 사람’으로 돌아가는 길.
오디세우스에게는 돌아가야 할 집이 있다.
그곳에는 아내 페넬로페가 있고, 전쟁을 떠날 당시에는 어린아이였던 아들이 있다.
페넬로페와 오디세우스의 관계 역시 영화에서 중요한 축을 이룬다. 두 사람의 사랑은 화려한 로맨스라기보다 긴 시간과 부재를 견디며 이어지는 관계에 가깝다.
오디세우스가 전쟁과 귀환의 여정을 통과하는 동안 페넬로페 역시 자신의 자리에서 삶을 견뎌낸다.
그리고 아들은 성장한다.
아버지를 전쟁 영웅으로 기억했던 아이가 성장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수많은 선택과 상처를 가진 한 인간이다.
그 과정은 결국 아버지를 이해하는 일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가지고 앞으로 가는 사람
‘오디세이’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일들을 가지고 어떻게 앞으로 살아갈 것인가.
삶에서 모든 선택이 원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선택은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필요했지만 다른 것을 잃게 만들기도 하고, 당시에는 옳다고 생각했던 결정이 시간이 지나 다른 의미로 돌아오기도 한다.
이미 지나간 일을 되돌릴 수도 없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그 모든 것을 가지고 앞으로 가는 것.
잘한 것은 잘한 대로, 잘못한 것은 잘못한 대로 받아들이고, 상처는 상처대로 기억하면서도 다음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과거를 완벽하게 정리한 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리되지 않은 마음과 후회, 사랑과 상실을 모두 품은 채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디세우스의 진짜 승리는 트로이 전쟁에서 적을 물리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수많은 일을 겪고도 자신의 인간성을 잃지 않고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것.
그것이 그가 얻은 가장 큰 승리일 수 있다. 우리의 삶도 결국 하나의 귀환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남는 것은 거대한 전쟁의 장면보다 오히려 한 인간이 긴 시간을 지나 다시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우리의 삶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어떤 환경에서 살아갈지, 누구를 만나게 될지,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모든 것을 선택할 수 없다.
때로는 원하지 않았던 일이 찾아오고, 예상하지 못했던 관계의 끝을 마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후의 선택은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라는 질문을 지나 결국 “그래서 나는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도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거창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내가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고, 잘못한 것은 돌아보고, 다시 한 걸음 내딛는 것.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영웅의 방식일 것이다.
영화 ‘오디세이’는 전쟁에서 승리한 영웅의 이야기를 넘어, 승리와 상실을 모두 경험한 한 인간이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관객에게 조용히 묻는다.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모두 가지고, 어디로 돌아가고 있는가.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완벽한 길을 걷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길을 잃기도 하고 돌아가기도 하면서도 결국 다시 자신의 삶을 향해 걸어가는 것.
모든 것을 가지고 앞으로 가는 것.
그것이 오디세우스의 귀환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남기는 가장 깊은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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